스타트업 한지 10년만에, 처음 투자를 유치한 이야기

2011년 말, 우리는 학교 근처 작은 오피스텔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지난 10년 간 5개의 회사를 만들었고, 9개의 사업을 했다.

회사를 만들어 매출을 내보았고, 그 중 2개의 회사는 더 키워 M&A를 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작년에는 처음으로 외부 자금을 ‘투자’ 받았다.

2021년 시작한 글로벌 화상 영어회화 서비스 Episoden은 기획 단계부터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커다란 잠재력이 보였다.

하지만 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꽤 많은 투자가 필요해 보였고, 
또 많은 유저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빠른 성장을 위해 일단 수익화를 늦추어야 했다.

이 때문에 우리에게는 이 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한 자금이 필요했다.

22년 3월부터 회사소개서를 준비하고 지인들에게 소개를 부탁하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들은 물론이고, 벤처투자사를 알 것 같은 재무, IT업계 종사자들, 투자를 받아본 지인들에게 연락하여 부탁하고, 
기회가 닿는 대로 친구들을 앞에 두고 피칭 연습을 했다.

회사소개서를 만들며 비즈니스 데이터들을 정리해나갔고, 경험 있는 분들의 조언을 듣고, 계속 연습해보며 수정해 갔다.

그리고 지인들에게 소개를 받아 투자사 분들을 한 분씩 만나 보았고, 결과적으로 13개의 회사를 만나 피칭을 했다.

맨 처음에 만난 1~2개의 회사에서는 뭔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이후 대부분의 피칭에서는 꽤 좋은 반응을 얻어낸 것 같고, 

만나 본 13개의 투자 회사 중에 4곳에서는 실제로 밸류와 투자금에 대한 제안이 오갔다.
(시작할 때 듣기로는 30곳 정도 만나야 투자 받는다고 하던데, 우리는 그보다는 좀 빠르게 투자가 진행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프라이머사제 파트너스를 만난 것은 6월 초였다.

미국과 한국에 계신 세 분의 대표님들께 각각 한 번씩 온라인으로 피칭을 했고,

피칭 끝나고 몇 일 되지 않아 다시 만나자는 제안을 받았다.

피칭 이후 두번째 만남에서 프라이머사제의 김광록 대표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양 대표님의 사업에 대해서는 저희끼리 토론을 많이 했습니다.”

“토론의 주제는, 이들이 하고자 하는 사업이 과연 ‘영어교육 사업이냐 아니면 소셜 서비스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Episoden이 소셜 서비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일단 좀 놀랐다.

왜냐하면 나는 그동안 투자사들을 만났지만, 그것을 내 입으로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Episoden이 일종의 새로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면,
투자사들과 ‘새로운’ 형태의 소셜 네트워크의 성장성 및 사업성에 대한 복잡한 토론을 해야 하지만,

‘영어학습서비스’ 라고 말하면, 논쟁적인 부분과 설명할 내용이 훨신 줄어든다.

하지만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는, 짧은 피칭 만으로 내가 하려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했고,
그것을 보며 나는 같은 조건이라면 내가 하려는 일을 이해하는 쪽에서 투자를 받아야겠다. 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말을 이어나가셨다.

“대표님 그리고 아실지 모르겠지만, 소셜서비스는 스타트업의 무덤이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Episoden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그 자리에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감동이었다.

이후 우리 투자 목표와 다른 투자사들에게 받은 조건들을 바탕으로 벨류와 금액에 대한 조율과 협상이 이루어졌고,
프라이머사제측은 다양한 측면에서 가장 좋은 조건에 동의해 주셨다.

그리고 모든 과정은 2주 안에 순조롭게 마무리 되었다.

프라이머사제는 꼭 필요한 자료만을 요청해 주셨고, 우리는 성실하게 회사를 보여드리고자 했다.

이후 약 1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후 프라이머사제와는 한 달에 한번은 미팅을 하며 매달 회사 상황에 대해서 공유한다.

그분들의 사업 및 투자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을 얻고, 사업상 필요한 분들을 소개 받기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글을 마무리하며, 스타트업을 하는 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1.다수의 투자자들은 당신의 회사를 알아주지 못한다.

투자를 진행하며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당신을 알아봐 줄 투자자를 ‘찾는’일이고,
그들이 당신을 잘 ‘찾을 수’ 있도록, 충분히 잘 설명하는 일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봐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2.투자는 생각보다 시간과 걸리는 일이고,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우리의 경우는 약 4개월이 걸렸다.

시작하면 1~2개월 안에 빨리 클로징을 해야한다는 조언을 많이 받았는데,
실제로 사업과 동시에 추진하려면 생각보다 짧은 기간에 마무리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의 경우도 2.0버전을 오픈하며 동시에 투자를 추진하여서,
그때는 정말 하루에 4~5시간 자면서 몇 주간 일했던 것 같다.


3.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투자는 사업의 한 과정일 뿐이다.

투자는 사업의 목표라기보다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투자과정에서는 돈을(또는 돈만) 받는다는 목표 보다는 좋은 파트너를 찾으려고 해야 한다.

좋은 파트너는 우리 사업을 이해하고 앞으로 과정을 함께 가고자 하는 파트너이다.

파트너를 찾기 위해 투자자를 만난다면, 투자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우기 위해 겸손하되, 내 사업에 대해서는 당당해야 한다.

투자자는 따라와주며 지원해주는 사람이다.

자기 사업에 대표가 확신이 서지 않으면 사실 그 사업을 계속 하면 안된다.

그리고 마침내 좋은 파트너를 찾는다면, 나머지는 순조로울 것이다.


벌써 투자 이후 1년이 좀 넘게 지났다.

Episoden이 여전히 한참 빠르게 성장 중이라, 여전히 하루하루는 바쁘다.

하지만 혹시 투자나 M&A에 도움이 필요하신 분이 있다면 연락 주셔도 된다.

투자 과정에서 내가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듯,

좋은 사람들을 돕고 인연을 맺으며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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