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7일 우리는 (주)바른길진로교육을 매각했다.
이번 M&A를 위한 협상은 약 7일이 걸렸고,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느낌 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올 초 부터 우리는 바른길을 M&A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바른길진로교육은 우리가 가진 3개의 회사 중 가장 큰 법인이었고,
매출과 영업이익도 연간 300%이상 성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른길은 우리가 3년전 벤처를 시작하며 하고자 한 사업과는 거리가 있었기에
장기적으로는 캐쉬카우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는 바른길을 관련된 역량을 가진 교육 회사에 매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내년쯤 인수시킬 생각으로 매각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리자 두개의 회사가 관심을 가져 왔다.
그 두 회사와 천천히 접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또 다른 새로운 회사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며 급하게 미팅제의를 해왔다.
상대는 우리도 알고 있는 매우 유명한 회사였기에 몇일 지나지 않아 그 회사 대표님를 만나기로 했다.
그렇게 M&A 협상이 시작되었다.
첫날의 나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M&A를 하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렇게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들었기에
나는 별 기대 없이 ‘한번 만나보자’ 라는 느낌으로 그 자리에 갔다.
상대 측 대표님도 첫날에는 매각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까지 어떻게 사업해 왔는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첫째날의 협상(?)이 끝났다.
협상이 끝나고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상대 회사 비서실을 통해 다음날 또 만나자는 이야기가 왔다.
둘째날은 실제 M&A 업무를하는 역할을 맡은 다른 공동 대표님을 만났다.
그날은 회사의 현황과 매도 가격 등 주요 조건에 관한 실무적인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먼저 나는 회사의 히스토리와 현재 상황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가격에 대해서 우리는 회사의 현재 쌓여있는 돈과 실제 올해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간략하게 몇 년치 이익을 보수적으로 산정하여 제시했다.
그렇게 제시를 하고 몇 가지 문답이 오가자 상대측에서는 쉽게 우리가 부른 가격과 조건들에 대해 동의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음 날 자신들이 계약서를 써올 것이니 구체적인 세부안에 대해서 계속 진행해 보자고 했다.
그런데 집에 오자 여러 생각이 들었다.
너무 수월하게 협상이 진행되는 것 같았고, ‘내가 가격을 너무 조금 불렀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보수적으로 산정해서 불렀으니 ‘내일 가서 1~2억 정도 가격을 올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었다.
사실 1억을 더 부른다고 해도 M&A의 규모로 보아 전체 금액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었고
상대 회사의 규모나 (주) 바른길진로교육을 사서 상대 회사가 더 돈을 벌 수 있는 정황 상
‘더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날 나는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나의 욕심을 본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내가 제시한 것은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이지만, 정당한 가격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이 협상에서 원한 것은 돈 1억을 더 버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한 자유를 얻는 것이었다.
그러자 가격을 올리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나는 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만약 그때 가격을 올리자고 했다면, 협상 상대측에서는 나를 욕심부린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아마 그랬다면 협상은 1주일 만에 끝날 만큼 순조롭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돈에 대한 욕심은 너무도 쉽게 커질 수 있는 무서운 것 이었다.
셋째날은 상대 측에서 써온 계약서 초안을 가져와서 논의를 하게 되었다.
계약서를 보자 M&A 타결은 점점 더 현실적인 것이 되어갔다.
상대측 회사가 가져온 계약서에서는 세부적인 몇가지 조항들이 걸리긴 했지만, 큰 틀과 조건은 어제와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가격과 조건이 적혀있는 계약서를 보자 타결에 대해 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계약서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는 검토해보겠다고 하고 헤어졌고,
그날 집에 오면서는 정말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자.
집에 와서 나는 자연스럽게 내가 얼마를 버는지에 대한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돈 계산을 하고 있으니 ‘이 참에 좋은 차나 한대 살까?’ , ‘어디가 좋을텐데 집을 한 채 사볼까’
하는 생각이 스물스물 드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며 회사의 재무상황은 꽤 좋아졌지만
지금까지 나는 돈을 벌어서 좋은 차를 사거나 집을 사겠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해본 적이 없었다.
실제로 그 돈을 만져본 적도 없었고, 월급 수준 이상의 돈을 가져가지도 않았다.
나에게 있어 사업이란 내가 해야 할 ‘업’ 이자,
이 세상에서 무언가를 해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돈이 눈 앞에 보이는 순간이 되자 나는 돈이나 세고 있었던 것이다.
어제 든 생각이 조금 더 얻고자 하는 욕심이었다면, 오늘 발견한 것은 숨어있던 세속적인 욕망이었다.
그런 내 자신을 발견하자 ‘나의 인격이 이것 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만족하면 세계적인 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내 결심은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 밤 이번에는 절대 ‘차를 사지 않겠다.’ 라고 결심을 했고,
다음 번에 정말 큰 성공을 하기 전까지는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설령 진짜 M&A가 성사되어 돈을 벌더라도 여기저기 인사하는 것 외에
번 돈의 90% 이상은 다음 사업을 위한 준비자금으로 놓는 것으로 마음 먹었다.
넷째날과 다섯째 날은 세부적이지만 중요한 구체적인 협상들을 했고,
우리는 ‘철저하게 인수인계’는 해주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새 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적을 세우고 협상을 했다.
그렇게 2일간 세부적 협상을 하면서는 약간의 논쟁들도 있었고, 작은 문제를 가지고 한참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상대 대표님도 우리입장을 수용해 주었고, 우리도 양보를 하면서 협상에 임했다.
그렇게 협상이 마무리 되어 갔다.
주말에 2일을 쉬고, 다음 월요일에 결국 계약서에 싸인을 했고 계약금을 받았다.
그리고 그 날에서야 나는 이번 주에 처음으로 6시간을 잘 수 있었다.
일주일 남짓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M&A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계기였다.
사업은 단순히 돈을 벌고 회사를 크게하는 것이 아니라
벌게 될 돈과 커져갈 회사의 크기 만큼 내 인격도 성장해야 하는 듯 싶다.
그리고 그것은 끝없이 스스로 수양해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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