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어떤 일은 되는 일이고, 어떤 일은 되지 않는 일일까?
몇 년 전에 우리는 회사 하나를 M&A했다. 협상이 끝나고 한 달 후쯤, 그 협상과정을 글로 써서 내 블로그에 올렸다. 당시 썼던 글처럼 내적인 고민은 작지 않았지만, 협상 자체는 1주일 만에 굉장히 빠르게 끝났고, M&A는 간단하게 진행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앞뒤로 M&A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여러가지 문제들이 벌어졌고, 그 당시 나를 도와주시던 ‘경험 많은 전문가’분은 도중에 이 딜이 안 될거라고, 내게 선언하기도 했다.
안되는 일을 되게 할 수 있는 설득의 방법 3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첫번째는 바로 설득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일이 안되는 이유의 대부분은 놀랍게도, 사람들은 잘 안될 것 같은 일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정말 일단 90%가 여기서 탈락한다. 사람들은 안되는 일을 하기 싫어한다. 그리고 하기 싫은 일은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한다.
M&A협상의 셋째 날이었다. 둘째 날 합의한 큰 조건들을 바탕으로 우리는 그쪽 회사에서 작성한 계약서를 받았다. 그런데…. 우리측의 ‘경험 많은 전문가’분은 계약서를 읽어보더니 ‘이거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이거 안 될꺼다.’ 라고 하셨다. 왜냐하면 M&A계약 같은 큰 계약에서는 인수 가격이나 날짜 같은 큰 조건도 중요하지만, 향후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세부조건들이 중요한데, 그 계약서에서는 향후 소위 ‘독’이 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의견은 그 계약서대로 싸인을 하면, 분명히 나중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는 상대가 문제의 여지가 되는 비슷한 조항을 수 많이 넣은 것을 보면, 상대 회사는 절대 저 조건들을 다 바꿔줄 생각이 없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나는 이전 이틀 간의 미팅을 바탕으로, 내가 만난 상대측 대표님들이 우리 회사를 사고 싶어한다고 믿었다. 나 또한 다음 해까지는 회사를 M&A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전문가 분께 우리가 문제되는 부분을 다 빼고 계약서를 다시 쓰자고 했다. 상대는 이미 많은 회사를 인수해본 회사였다. 전문가 분은 그런 회사가 법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만든 계약서이기에, 하루 만에 우리가 수정해서 가져가도 저쪽이 안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결국 나는 그분을 설득하여 오후 내내 그리고 밤까지 함께 계약서를 수정했다.
넷째날과 다섯째날 계약서의 많은 부분을 변경한 것에 대한 세부적인 협상이 있었다. 여러 조항이 빠진 것에 대한 논쟁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었다. 나는 ‘철저하게 인수인계’는 해주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새 사업을 하겠다’ 라는 원칙 하에 우리 안을 주장하면서도 상대방의 우려를 줄이기 위한 방법들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나갔다. 금요일까지 협상은 마무리 되었고 다음 주 월요일에 우리는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그리고 이후 M&A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다른 안 될 이유가 찾아왔다. 계약 후 실사가 이루어지고, 한 달쯤 지났을 때였다. 외부에서 일을 보던 나는 갑자기 전화를 받았다. 00소속 공무원들이 불시 점검을 나와서, 우리에게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벌점을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바로 회사로 돌아오며 알아보니, 최근 우리 업계와 관련된 뉴스가 방송에 나온 것이다. 우리 서비스가 실제 고객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공무원들은 건물 구조나 시설 등을 문제 삼아 보여주기식 벌점을 주려던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관청과 물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사업이 잘되고 있던 우리 회사가 타켓이 된 것이다.
회사에 와서 만난 두 명의 공무원은 매우 깐깐한 인상이었고, 벌점과 그들의 원칙 그리고 향후 조치들을 통보하고 있었다.
안되는 일을 되게 할 수 있는 두번째 설득의 방법은 ‘이 상황이 굉장히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나는 일단 두 공무원을 내 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들에게 현재 M&A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 회사의 상황을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계약이 한 달 전에 이루어졌고, 이제 막 실사가 진행되었으며, 별 문제가 없이 잘 마무리 되겠지만, 계약서에 있듯 이런 법적인 문제가 벌어지면 이 모든 것이 무산될 수도 있다. 이 업계에서 사업체가 M&A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다른 회사들과 다른지도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우리가 벌점을 받으면 다른 사업체들과는 달리 어떤 문제를 겪게 되는지를 설명했다. 한참 듣던 공무원은 한숨을 쉬더니, 내일 아침까지 어떤 서류들을 만들고 조치를 한다는 전제로 벌점을 면해주겠다고 했고, 우리는 그들과 합의한 대로 조치를 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세번째는 결국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두 달이 지났다. M&A의 실사도 모두 끝났고, 중도금도 받았다. 인수인계를 잘 해줬고, 인수한 회사의 관리자들이 투입되어 사업도 잘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고문으로서 회사에 주에 두 번만 출근하여 자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출근하니 또 다른 공무원이 와서 벌금을 주고 갔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 이번에는 고객과 직원의 마찰이 있어서, 고객이 00관청에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그 일 자체는 고객의 불만일 뿐이고 우리가 잘못한 일은 없었지만, 공무원들은 민원이 들어오니 뭐라도 했어야 했던 것 같다. 영업 정지 수준은 아니었지만 벌금과 벌점을 주고 갔다는 말을 들은 나는 그 길로 바로 해당 관청으로 갔다.
공무원들은 민원인에게 계도 조치를 했다고 말해야 했고, 나는 민원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일로 우리가 처벌을 받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몇 시간 동안 호소를 했다. 사실 어떤 논리를 세워서 될 이야기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감정적인 호소였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다시 기계적인 공정성을 발휘해 달라고 부탁했다. 여기서는 논리가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결국 공무원들은 벌점은 아예 취소해주었고, 벌금도 민원인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정도로만 깎아(?)준 선에서 합의를 해주었다.
M&A를 시작하기 전, 많은 것을 잘 아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그 일은 ‘안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전문가의 생각 이상으로, 잘 되지 않을 이유들이 더 늘어났다. 하지만 도전을 해야하는 입장에서 언제나 답은 비슷한 것 같다.
첫째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시도하고, 둘째 남과 다른 특별한 방법을 찾아 내며, 셋째 진심을 다해 끝까지 하는 것.
그런 것들이 결국 안되는 일을 되는 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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