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이 길을 가면,

어제는 금요일이라 회사에서 일하다가 잠들었다.

아침에 눈 떠서 남은 일을 처리하고, 집에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우리 사무실은 강남대로에서 조금 안쪽에 들어가 있어서 나는 큰길 가로 택시를 타는 장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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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밖으로 나오자 이른 아침인데도 차들이 줄을 지어 큰 길로 내려가고 있었다.

걸어가며 스마트폰을 보니, 내가 부른 택시도 큰길로 내려가려고 20미터 앞에 있는 것이었다.

아 빨리가서 타면 되겠다 하는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택시가 늘어선 차들의 줄에서 빠져나가더니, 왼쪽의 뒷 길로 휙 하고 돌아가는 것이었다.

아마도 기사님은 줄 때문에 길이 막히니, ‘나를 태우러 더 빨리 오려고 가려고 하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10미터 뒤에 있었지만)

앱에서 위치를 보니 역시나 뒤로 돌아서 다시 오고 계셨다.

그러나 그쪽도 길이 막히는지 나는 오히려 찬 바람을 맞으며 5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아무튼 택시는 왔고, 나를 위해 애써준 기사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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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하얗게 세신 기사님은 나를 보자마자,

‘아니 여기 무슨 일인지 줄을 쫙 서서 있었다고 왜 이런지 모르겠다’

라고 씩씩거리며 말씀을 하셨고, 나는

‘아이고 기사님, 제가 기사님 빨리 오시려고 돌아서까지 오신거 봤어

요. 강남이 원래 이렇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비록 살짝 더 기다려야 했지만 기사님의 반응을 보며,

이 사람은 ‘성격이 급하지만 자기 일을 잘하려고 애쓰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뭔가 일종의 동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차는 출발했다.

역시나 기사님은 출발하자 마자 달려 20분 걸릴 거리를 15분만에 와주셨다.

그런데 중간에 삼거리를 지나며, 옆차와 살짝 부딪칠 뻔 했다.

나는 통화를 하고 있어 잘 몰랐지만 옆 차가 끼어들었던 같고 기사님은 안 부딪치기위해 피하긴 했지만,

길을 멈추지는 않으셨다.

그리고 또

‘아니 운전을 왜 저렇게 하냐고 투덜거리셨고’

그걸 보고 나는 뭔가 웃음이 나와서 기사님께 말을 걸었다.

기사님은 개인택시 운전 하신지 몇년이나 되셨어요?

“15년 정도 됐죠”

“와~ 오래되셨네요. 오래 운전하다 보면 가끔 사고도 나지 않나요?”

“아 많이 났죠, 근데 내가 사고 낸 건 없어요!, 꼭 운전하다 보면 방어 운전 안 하고 아까 저 사람 처럼 오는 사람들이 있다니까요”

“그렇군요 기사님 성격이 저랑 참 비슷하신 것 같아요^^, 저야 기사님이 잘 운전해주시니 빨리가서 좋긴 한데, 우리가 원하는 건 어쨌든 사고가 안 나는 거니까, 저런 사람들 때문에 사고가 안나야 될텐데요”

라고 이야기했더니, 기사님도 내 말을 듣고 뭔가 이해하셨는지,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셨고,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누다 택시를 내렸다.

논어에서 공자님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그 중에 나의 스승이 있다. 그들 중 나보다 나은 사람의 좋은 점을 골라서 그것을 따르고,

나보다 못한 점을 가려내어 그것을 바로잡는다”

라고 하셨다.

잘하려고 노력하지만, 조금 성질 급하게 운전하시는 기사님의 차를 타며,

좀 나 자신의 부족한 점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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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제나 바쁘고, 기다리기 싫어하고 내가 스스로 잘해서 뭔가 해내려고 해왔다.

그런데 오히려 그러다가 시간이 더 걸리기도 했고, 생각하지 못했던 실수를 했던 적도 있다.

오늘 아침 또 하나의 배움이 있어서 좋았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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