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경 막 집에 들어왔는데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어머니는 ‘너 지금 어디니?’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다급하게 상황 설명을 하셨다. 내용은 아버지가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찾으러 나가셨고, 어머니도 아버지 휴대폰을 찾으러 다니던 중에 휴대폰을 주운 사람과 통화가 되어 만나기로 했단다. 그런데 휴대폰을 주운 사람이 ‘뭔가 말을 이상하게 하는데다가, 급히 나오느라 지갑이 없어서 상대가 보상금을 요구하면 어떻게 줘야할 지 걱정스러우니, 대신 찾으러 가줄 수는 없겠냐’ 는 말씀이셨다.

나는 어머니에게 제가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휴대폰을 주운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몇번의 통화연결음이 들리고 통화가 되었다. 전화 받은 사람에게 어디로 찾으러 가면 되겠는지를 묻자, 상대는 뭔가 두서 없고, 어눌한 느낌이 드는 목소리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00경찰서 근처로 와달라고 했다. 통화를 해보니 나도 어머니가 왜 걱정을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고, ‘ 계신 곳으로 찾아가 전화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나는 바로 콜 택시를 불렀고, 택시는 곧 도착했다. 그런데 택시 뒷좌석에 타는 순간 나는 뭔가를 발견했다. 운전석 뒤 바닥에 분홍색 케이스의 휴대폰이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뭔가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아버지가 잃어버리신 휴대폰을 되찾으려고, 택시를 탔는데, 그 택시에서는 누군가가 잃어버린 휴대폰을 줍게 되다니……

목적지로 향하는 택시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명확한 이야기 없이 오라고만 하는 ‘아버지 휴대폰 주워준 사람에게는 사례비로 얼마를 줘야 하지?’ 또 반대로 ‘내가 주운 휴대폰의 주인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면 받은 사람은 나에게 사례비를 줄까?’ 이 사례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단 아버지 휴대폰을 찾아준 사람이 사례비를 요구하면, 주고 다시 같은 비용을 주운 휴대폰을 돌려주며 받으면 손해 없이 문제가 해결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며. 인터넷으로 휴대폰 찾아주는데 보통 사례비가 얼마나 되는건지를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을 하던 택시기사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것 같았고, 내용이 잘 들리지 않지만 휴대폰을 잃어버린 사람이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한 것 같았다. 택시기사는 자기는 모른다. 뒷자리에서 못봤고 그 사이에 손님을 몇명 태워서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고민이 되었다. 아버지의 휴대폰을 주워준 사람을 만나서 휴대폰을 주워준 것에 대한 사례비를 줘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택시 뒷좌석에서 주운 휴대폰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잠깐 생각해보니 평소에 나라면 아마도 휴대폰 잃어버린 사람에게 와서 찾아가라고 하고 그냥 돌려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 몇 만원을 받는 것 보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일이 더 가치로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내가 폰을 택시기사에게 주었을 경우 기사님은 아마도 약간의 사례비는 받고 싶어할 것이다. 일해야 하는 시간인데 폰을 돌려주러 가야 할테니까.  또 비록 내가 기사님보다 몇 분 빨리 폰을 발견하긴 했지만, 이는 결국 기사님이 찾았을 폰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후 휴대폰 주인에게 사례비를 받는 것은 기사님이 선택할 문제였다. 택시기사의 통화가 끝난 뒤 나는 택시기사에게 뒷좌석에서 폰을 찾았다고 주고, 택시에서 내렸다.

늦은 밤 00경찰서 앞 삼거리에서 잠시 기다리자 멀리서 통화해서 말한 것 같았던 검은 빵모자를 쓰고 후줄근한 옷을 입은 아저씨가 걸어왔다. 인사를 하며 휴대폰 주워주신 분이신가요? 라고 묻자. 그는 ‘네네’ 하며 바로 휴대폰을 돌려 주었다. 나는 고맙다고 인사 하고 ‘제가 사례는 어떻게 드리면 될까요?’ 라고 말했는데… 그는 ‘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면서 그냥 가버려고 했다. 그분은 이야기 하는데 서툰 사람이기는 했지만, 휴대폰 안 줄 사람도, 부담스런 사례비를 요구하는 사람도 아니었던 것이다. 휴대폰을 주고 돌아가려는 그에게 나는 계속 쫓아가서 ‘그래도 여기까지 가져다 주셨는데 차비라도 쓰세요.’ 라고 하며 약간의 돈을 드렸고, 그는 몇번 사양하다가 받아서 빠른 걸음으로 돌아갔다.

나는 집에 돌아가기 위해 근처에 있던 택시를 잡았는데, 공교롭게도 그 택시는 아까 내가 휴대폰을 주운 택시였다. 택시기사는 택시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주인과 통화가 되었고, 주인과 돌려주러 가는 차비+2만원을 더 받고 돌려주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말하길, 자신들은 휴대폰 주우면 참 곤란해 지기도 한단다. 이사람처럼 차비에 조금 더 얹어 주겠다고 명확하게 말하고 가져다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당연히 자기가 있는 곳으로 가져다 줘야 한다고 하면서 오는 데까지 택시비도 안주는 사람도 있단다. 근처면 주러 가겠지만 일할 시간에 멀리까지 가서 아무 보상없이 오면 좀 억울하기도 하다고, 그래서 자기들은 휴대폰 주우면 종종 어디 근처 경찰서 같은 곳에 맡겨버리기도 한단다.

내 것이 아닌 물건을 얻게 되면 어찌 해야 할까?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있다면, 아마도 누구나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돌려주는 데 드는 노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까?

그것은 자신의 선택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는 만족감을 얻을 것인지, 아니면 도움받은 당사자에게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요구할지…

하지만 도움을 받은 입장에서는 당연히 감사해야 한다. 상대방에 호의에 대해서는 적절한 감사를 표현해야 하고, 또 상대방의 노력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야 한다.

보상을 받을지 말지를 정하는 것은 호의를 베푼 상대방의 선택이다.

나는 삶에 있어서 상호성의 법칙을 믿는 사람이다.

내가 남에게 베푼 것은 어떤 식으로든 나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며, 다른 사람이 내게 베풀어준 호의는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 아직 인생을 길게 살아 봤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선의로 한 일들은 결국 어떤 좋은 것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은 너무도 여러차례에 걸쳐 느꼈다. 정말 잘 살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어진 현재 상황(이나 제도)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자신이 믿는 그런 존재로 변할 것이다.
P.S 첨언하자면 인터넷을 찾아본 결과 분실물을 찾아주었을 경우, 법으로는 유실물법의 4조에 의해 물건가액의 약 5~20%의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