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트랜스젠터)의 여대입학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 쟁점의 중요성

최근 숙명여대에 성 전환자(트랜스젠터)가 입학하게 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 뉴스는 주요포털의 메인화면에 걸려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고, 기사와 온라인에서는 이 문제에 관한 토론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에 찬성하는 인권단체들은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반대하는 것은 차별이고 혐오이다.’ 라며 입학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여성단체들은 ‘실질적 평등을 위해 존재하는 여성의 공간과 권리를 빼앗는 일이다’ 라고 하며 반대하고 있다.

 

좋은 토론이 중립적인 관점에 서있는 청중을 잘 설득하고, 사회적으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본다면, 현재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토론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양측이 이 토론에 핵심적인 쟁점에 대해 설명하기 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대전제로 깔아놓고 접근하기 때문이다.

 

언듯 보기에는 주제인 ‘숙명여대에 성전환자(트랜스젠더)가 입학해도 되는가?’는 무언가를 결정하기 위한 토론인 정책토론 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토론에서 참가하는 양측이 다투어야 할 핵심쟁점은 사실을 판단하고 정의하는 데 있다.

[세상의 모든 토론은 그 논제에 따라 3가지로 나뉘어지는데, 그 3가지는 참 거짓을 판단하는 사실토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가치토론, 할 것이냐 말것이냐를 판단하는 정책토론이다. 그리고 셋중에 어떤 토론에 속하느냐에 따라 찬반이 다투어야 할 쟁점이 달라지는데, 대체적으로 정책토론에는 가치토론과 사실토론이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다.]

즉, ‘트랜스젠더를 여대에 입학시켜야 하는가?’라는 주제가 정책토론으로 제대로 논의되기 위해서는, 이 토론의 핵심 개념인 여성과 관련되어 ‘트랜스젠더는 과연 여성인가?’ 라는 주제에 대한 사실토론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책토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번 토론에서 양측이 맞서게 되는 핵심 쟁점은, ‘여성’에 대한 개념정의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양측이 가진 여성의 개념은 매우 다른 것으로 보인다.  찬성측은 성별을 구분함에 있어 어떤 이유로 ‘자신이 선택하거나 인식한 사회적인 성(gender)’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반대측은 다른 이유로 ‘태어날 때 주어진 염색체(xx)에 의한 생물학적인 성’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상황처럼 양측의 여성에 대한 개념의 정의가 다른 상황에서의 토론의 승리(청중에 대한 설득)는 자신의 개념이 더 현실에 부합하다는 것을 청중에게 설득하는 쪽이 가져가게 된다.

왜냐하면 양측의 주장의 궁극적인 목표인 숙명여대 입학의 기준이 되는 숙명여대의 교육이념 및 목적은, 다른 사회적 가치 실현이 아니라 ‘여성’을 교육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본인의 진영에서 말하는 ‘여성’이라는 개념이 상대방이 제시하는 것 보다 ‘더 현실에 부합한다고’, 또는 ‘현실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토론하고 있는 양측은 자신들이 가진 ‘여성’이라는 개념정의를 당연시 한 채, 이 문제를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 문제’로 주장하며 입학시켜야 한다고 하거나 ‘여성의 공간과 권리를 지키는 것’으로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주변적인 쟁점들은 핵심 쟁점에 대한 명확한 입증이 없다면, 지지자들 이외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뿐 아니라, 상대측의 반박을 통해 쉽게 흔들릴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에 트랜스젠더가 숙명여대에 입학을 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단순히 이 사람이 약자이나 소수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트랜스젠더를 숙명여대에 입학시키지 말아야 한다면 그 이유는 추상적으로 과거에 남성권력을 누렸기 때문이 아니라 이 트랜스젠더가 ‘남성’이기 때문이다. 라고 주장한 뒤 그 주장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이처럼 명확한 쟁점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청중에게 설명할 때, 양측의 토론은 청중이 좋은 결정에 이를 수 있게 인도하는 좋은 토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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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숙명여대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숙명여대의 교육이념은 ‘능력있는 여성을 양성하고 국가와 민족 인류발전에 기여하는 여성지도자를 배출하는 데 있다.’ 이다.

참조 2. 토론의 시발점이 된 성 전환자(트랜스젠더)는 2020년 2월7일 기점으로 입학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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