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그리고 그 선생님들의 교육 방법

모교에 학생들을 위한 진로 직업인 행사에 멘토로 초대되어 2년만에 학교에 갔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잠시 화장실에 갔는데 나이든 선생님 한분이 오시더니 ‘졸업생이지요?’ 하고 인사를 건네오셨습니다.
처음에는 ‘누구시지?’ 하고 멈칫했다가 생각해보니 제가 학교를 다닐 때부터 계셨던 선생님이셨습니다.
직접 배운적이 없어서 많이 기억이 남아있는 분은 아니었지만 잠시 뒤 이분에 대한 몇 가지 기억이 났습니다. 국어선생님이지만 체육선생님을 연상하게 하는 굵은 팔뚝에 굵직한 저음을 가지신 분이었고, 학생들에게는 무서운 학생부장으로 인식되던 터미네이터 비슷한 별명으로 불리던 분이었습니다. 기억이 떠오른 저는 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에 변명(?)하느라 “아 죄송합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 예전에 비해 엄청 온화해지셔서 제가 못알아뵜습니다.” 라고 머쓱하게 웃으며 인사를 드렸고, 선생님도 웃으시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조금 후 대기실에서 저보다 대부분 선배님이신 졸업생 멘토단 분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데, 젊은 선생님이 들어오시며 교감선생님께서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따라 들어오신 교감선생님은 아까 화장실에서 만났던 전 터미네이터 선생님이셨고, 우리들에게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시며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제가 담임했던 학생들도 있지만 이제는 다들 졸업생이니 존대말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고 서두를 꺼내신 선생님은 ‘아까 여기 계신 졸업생 분들 중 한분을 화장실에서 만났는데, 그분이 저에게 옛날에 비해 많이 온화해지셨다고 말씀하셔서 부끄럽게도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 ‘몇달 전에도 헬스클럽에 갔는데 한 40대의 아저씨가 저에게 오더니 ‘선생님 저 누구입니다.’ 하며, 다음에 바로 말씀하신 것이 ‘제가 옛날에 선생님께 많이 맞았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해서 참 부끄러웠습니다.’라고 웃으며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시대가 변해서 과거와 같이 그렇게 학생들을 때리고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다가 교육하기 위해 때리면 부모님들이 와서 ‘선생님 감사합니다 더 때려주십시오.’ 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때리면 부모들이 신고를 하고, 누구도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매를 드는 선생님도 없고, 과거처럼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들을 위해서 뭔가를 하겠다는 열정을 가진 선생님들도 많이 없어졌다.’ ‘과거에는 서울의 가난한 시장통에 있는 학교이지만 열심히 가르치고 배워 많은 학생들을 좋은 학교에 진학시켰던 우리 학교가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멘토들에게 말씀하시길 ‘우리학교가 학생들을 성장시키고 그들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움이 되었던 시절에 학교를 다니셨던 여기 계신 멘토님 들이 단순히 직업과 진로에 대해서 뿐 아니라 선배로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교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교감선생님의 말 그대로 우리가 학교다닐 때 모교의 선생님들은 우리를 많이 때리셨습니다. 하지만 또 그분들은 우리가 등교하던 아침 7시부터 출근하셔서 우리를 가르치셨고, 우리가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던 밤 9시 혹은 밤 11시까지도 우리와 함께 남아계셨습니다. 뿐만아니라 토요일 일요일에도 학교에 출근하셔서 우리가 잘 공부하고 있는지 확인하시고, 면담을 하셨고, 어떤 날에는 한참 야간자율학습을 하던 한밤중에 큰 주전자에 계란을 잔뜩 삶아 오셔서 아이들에게 나눠주시고, 또 어떤 날에는 퇴근하셨다가도 술이 얼큰해진 상태로 밤 9시, 10시에 우리가 공부하고 있던 학교로 돌아와 혼자 술마시고 와서 미안하다는 듯이 도넛을 잔뜩 사와 우리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시던 기억들도 났습니다.

 

교감 선생님의 격려사를 듣고, 멘토들은 각 교실로 흩어져 학생들에게 진로와 직업에 대한 강의를 했습니다. 저는 ‘벤처창업가’라는 주제로 2시간 동안 강의를 했고, 창업에 관심들이 많았는지 아이들은 에어콘이 고장나서 찜통같은 교실에서도 의외로 엎드려 조는 아이 한명 없이 강의를 들었습니다. 심지어는 무더위에 맨 앞줄에서 졸음을 참던 한 아이는 스스로 뒤로 나가 일어서서 듣는 모습을 보여주어 저 또한 더웠지만 열심히 강의를 했습니다. 강의 말미에 학생들에게 나도 여러분들처럼 이곳에서 공부했고, 우리 학교는 강북의 일반고 이지만 나도, 여기 오신 다른 멘토분들도 이곳에서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지금 사회에서 자기 역할을 잘하고 계신다’ 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교감선생님 말씀에서 처럼 이제는 우리 학교에서도 과거처럼 자신의 힘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소위 ‘개천에서 용나는 일’이 적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또 그런 학생들을 지지해주었던 우리 학교 같은 학교들이 그리고 우리학교 선생님들 같은 선생님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현실이 느껴지며 울컥한 마음도 들더군요.

 

강의와 행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며, 저는 과거 우리 학교 같은 학교들이 계속 존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우리 선생님들이 하셨던 ‘학생들 때리는 것’이 올바른 교육인가에 대해서는 저도 확신할 순 없지만, 교사를 단순히 ‘방학이 있고 정년이 보장되는 편한 직업’이 아니라 ‘늦은 밤, 주말에 일하면서도 아이들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들이 남아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진정으로 학생을 키우는 교육은 예산이나 최신 교수 방법 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진짜 교육은 타인을 위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들’이 있어야 어느 정도라도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는 어떤 것 이니까요.

저는 교육자가 아닌 사업가를 직업으로 택했지만, 언젠가는 학생들을 위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 그분들이 소신껏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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