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연휴 때 스포츠 신문에서 하는 ‘탁류’ 라는 만화를 보았다. 탁류라는 만화의 주인공은 일제시대의  김설웅이라는 젊은이다. 김설웅은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어린 나이에 어머니마저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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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연히 바둑도장을 하는 일본인의 집에서 자라게 된다. 하인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지만 몰래 바둑공부를 하던 김설웅은 주인의 바둑도장이 다른 도장과의 경쟁에서 질 위기에 처헤 마지막 선수로 경기에 나서게 되고, 승리한다. 경기에 이긴 김설웅은 잠시 바둑기사로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되나 오래지 않아 모함을 받아 공산주의자로 몰리고, 만주에 탄광에 죄인으로 갇히는 신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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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웅은 몇 년을 탄광에서 강제 노동을 하다가, 만주지역을 다스리는 군벌인 진대인의 눈에 띄게 되고, 진대인에게 발탁되어 죄수임에도 불구하고 내기 바둑을 두게 된다. 접바둑이라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바둑을 이기며 진대인의 부하가 된다. 그리고 얼마 뒤 진대인의 심부름으로 내기바둑을 진 상대 진영에 가게 되고, 거기서 10일간 차라리 죽느니만 못한 심한 고문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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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의 고문이 지나고 진대인은 다시 김설웅을 구해오고 그 동안 고생했다고 선물을 주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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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인은 ‘천,지,인’ 이라고 적힌 가방 세 개를 보여주며 말했다. ‘하나에는 서울시내 가장 비싼 건물을 하나 사고도 남을 돈이 들어있고,’ ‘하나에는 알 수 없는 선물이 들어있으며,’ ‘마지막 하나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고 감옥으로 다시 가게 된다’고 김설웅에게 고르면 되고 너의 운을 보겠다고 말한다. 그 말을 하는 가운데 진대인은 ‘천’이 적힌 가방 앞에 서서 눈짓하며 ‘천’의 가방 안에 건물 하나를 사고도 남을 돈이 들어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김설웅은 진대인의 말을 들으며 어떤 것이 돈이 든 가방일까를 고민한다. 그리고 이래저래 머리를 굴려본 후에 김설웅은 “빚을 갚을 필요가 없는데도 갚는다면, 대단한 군자이거나 바보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진대인이 자신에게 좋은 일을 해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수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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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진대인이 추천한 ‘천’이라는 가방이 아니라 ‘인’이라는 가방을 선택한다. 그러자 진대인은 불편한 표정을 하며 가방을 열어보라고 한다. ‘인’의 가방에는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차표와 1천엔이 있었다. ‘천’의 가방에는 대인이 말한 대로 2,000만엔이라는 서울에서 가장 큰 건물을 사고도 남을 돈과 석방서가 들어있었고, ‘지’의 가방에는 만주군관학교에 가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군복이 있었다. 김설웅은 깜짝 놀라며 진대인에게 물어본다. ‘그렇다면 일부로 ‘천’ 앞에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입니까? 어째서입니까?’ 진대인은 말한다. ‘고문을 당한 보상이라고 해도 좋고 내 변덕이라 해도 좋다. 평생 불운과 고난으로 점철된 네 인생에 한번쯤 홍복도 일어야지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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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날 믿었다면.. 아니… 원망하는 맘이 없었다면 내가 은근슬쩍 알려준 귀뜸에 이걸 골랐을테지. 그러나 원망하기에 넌 내 말을 믿지 않았다. 원망은 진실을 보려 들지 않거든. 원망은 사람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보게 한다. 그래서 알았다. 날 원망하는 넌 결코 천을 고르지 못할 거라는 것을…” 그 말을 듣고 김설웅은 눈물을 흘리며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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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대인에 있어서 이백만엔은 그저 푼돈. 그 푼돈을 주기 아까워서 수작을 부릴 사람이 아닌 것을… 내 스스로 분해하고 억울하고 원망하고 그래서 대인의 호의를 의심한거다. 모든 것은 내 자신의 소인배 근성 탓이었다.
진대인은 김설웅을 감옥이 아니라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놓아준다.

 

 

사람이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면, 진실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머리 속에서 의심과 의심이 꼬리를 문다. 평소 같으면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고, 그 동안 배운 경험과 지혜들도 의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도) 나중에 확실하게 진실과 마주하게 되어도 ‘탁류’의 김설웅처럼 자신의 부족을 생각하며 깨닫기 보다는 원망하고, 진실을 외면하며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다. 김설웅이 말하는 것처럼 과거의 또는 현재의 자신의 작았음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나 큰사람으로 나아가는 첫번째 길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 상대에게 진심을 전달하는 것도 참 어렵다. 진대인은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큰 인물이다. 사람을 볼 줄 아는 사람이고, 성공을 하고 그 성공에서 또 사람에게 확실한 보상으로 믿음을 주는 사람이지만, 결국 김설웅을 설득하지 못했다. 진대인은 김설웅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보고, 김설웅을 시험하면서도 호의를 베풀고 거두어서 키워주려고 했지만, 고문을 당하고 원망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있는 김설웅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는데 실패했다.

‘탁류’의 내용만으로는 진대인이 부족인지 아니면 김설웅의 모자람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큰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그리고 큰인물로 살기 위해서는 진심을 전달하되 그보다 작은 인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잘 전달하는 노력도 끊임없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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